2025 제주 갭이어(1)

2025. 6. 8. 05:05Gap Year

제주 갭이어 서류 준비

우연한 계기로 제주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청년 대상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침 진로와 관련된 고민이 깊어지던 시점이었고, 막연하게나마 ‘실제 사용자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커지고 있을 때였다. 제주라는 공간도 매력적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직접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동기가 되었다.

 

그동안 사용자 경험 개선이나 실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기획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때가 많았다. 이런 서비스는 대부분 수익모델이 뚜렷하지 않아 유료화가 어렵고, 결국엔 정부나 민간의 지원, 혹은 투자를 받아야만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진입 장벽도 높았고, 개인이 시도해보기엔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컸다. 하지만 제주청년갭이어는 그 고민을 시도할 수 있게 해주는 드문 기회처럼 느껴졌다. 직접 서비스를 기획하고, 사용자와 만나며, 그 과정에서 무엇이 불편했고 어떻게 바꿨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이 과정을 혼자가 아닌 팀과 함께 준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컸다. 우리 팀은 나를 포함해 세 명이 함께 지원했다. 각자 역할은 다르지만 같은 문제의식과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매일 밤 회의를 진행했다.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처음 꺼냈을 땐 막연했지만, 그 아이디어가 실제로 설득력 있는 기획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건 팀원들과의 상호작용 덕분이었다.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좋은 방향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늘 불확실함이 남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팀원들이 보완해주고, 구체화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준 덕분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그 과정 속에서 아이디어는 점점 더 명확해졌고, 우리 팀이 함께여서 가능하다는 확신도 생겼다.

처음 서류를 준비할 때는 내가 기획하고 싶은 서비스를 어떻게 제한된 시간 안에, 제한된 자원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단순한 아이디어 제시가 아니라, 20일 안에 실제로 작동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기술적인 범위와 현실적인 리소스를 모두 감안해서 플랜을 짜야 했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방식은 너무 많은 걸 담기보다는, 작더라도 실제 사용자에게 의미 있는 한 가지 흐름을 완성해보자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주제를 정하고 나서는 계속해서 ‘왜 이걸 하고 싶은가’, ‘정말 사용자에게 필요한가’를 스스로 되묻는 과정이 이어졌다. 실제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불편을 느끼는지, 우리가 기획한 흐름이 거기에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계획서를 채워나갔다. 이 과정에서 느낀 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실행력과 연결되지 않으면 그냥 아이디어로만 끝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혼자서 서류를 준비했더라면 훨씬 더 막막하고 답답했을 것 같다. 팀과 함께였기에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었고, 더 빠르게 실행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었다. 기술적인 구성도 고려해야 했고, 기획서 문장은 최대한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워야 했기 때문에 내용을 쓰고 지우는 걸 반복했다. 특히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사용자 흐름을 구체화하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사용자의 모습과 실제 사용자 간의 간극이 보이기도 했고, 그걸 좁히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느꼈다. 하지만 이런 고민 끝에 정리한 내용들이 결국은 서류에 진정성을 담아줬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제출한 서류가 합격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면접과 이후의 실제 실행 준비를 하고 있다.(2025년 5월 30일 이후) 아직 시작도 하기 전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준비만으로도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를 더 분명히 알 수 있게 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방향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이미 작지만 의미 있는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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